위니의 여행이야기 :: 유럽 몰도바와 함께 있는 미승인 국가, 트란스니스트리아에 가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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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94일차 (18. 9. 3)


오랜만에 하루의 이야기를 두 번에 나눠서 글을 쓴다.


이전 이야기 - 유럽 몰도바와 함께 있는 미승인 국가, 트란스니스트리아에 가다 (1)



간단히 배를 채우고 다시 도시 구경을 나선다. 위에는 일반 살림집인가, 근데 1층에는 아이들 쇼핑몰인지 뭔지 모를 가게가 있었다. 



트란스니스트리아에도 당연히(?) 여행 회사가 있었다. 티라스폴 같은 경우는 공항이 존재하지 않고 몰도바의 수도 키시나우에는 공항이 있다.



구 소련의 이미지란건 어떤걸까? 나한테는 조금 차가운 느낌이 있었다. 이곳은 구 소련의 잔재가 남아있는 곳이라고 하지만, 딱히 차갑거나 무섭다거나 하진 않았다.


잘 알려지지 않지만 다 사람 사는 동네다.



길을 걷다가 이런 벽화를 보면 항상 눈길이 간다. 교차로에 있던 건물, 횡단보도 앞에 가만히 서서 사진을 찍는다.



분수대는 무슨 약속장소라도 되는건지 젊은 학생들이 앉아 있었고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도 있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영화관도 하나 있었다. 친구들끼리 영화를 보러 왔는지 문 앞에는 여러명이 모여서 시끌벅적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화 포스터를 한번 쭉 봤는데 내가 알만한 영화는 안 보이더라.



유럽을 보면 버스도 저렇게 전기로 운행하는 녀석들이 많이 보인다. 티라스폴 역시 대부분의 버스는 저렇게 운행했다. 저거 처음 봤을 때 코너 도는 부분에서는 어떻게 연결이 되지? 하면서 유심히 봤었는데 아주 스무스하게 다른 전선과 연결된다.



일단 티라스폴에서 볼만한 것들로는 레닌 동상과 탱크가 있는데, 그걸 찾으러 가는 길에 이런 기념비가 있었다.

이 기념비는 알렉산드르 수보로프의 동상인데 러시아 제국의 군 사령관으로 국민 영웅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1792년이라는 숫자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위에 얘기했던 수보로프 사령관이 티라스폴을 처음 발견했을 때가 1792년이란다. 이 사람들에겐 나름 의미있는 숫자인듯 하다. 



국기가 좀 이쁘게 펼쳐져 있을 때 찍어 볼라 했는데 이미 바람 때문인지 엉켜서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왼쪽이 트란스니스트리아의 국기고 오른쪽이 러시아의 국기다. 


트란스니스트리아의 국기는 붉은색 연한 녹색?과 붉은색이 섞여있는 국기고 왼쪽 위에 구 소련의 마크가 들어가있다.


<건너편에서 본 풍경>



1990년부터 2018년. 구 소련의 해체와 관련된 연도일까? 사실 구 소련 붕괴라고 얘기하는건 1991년인데, 좀 더 찾아보니까 독립선언을 한 날짜가 1990년 9월 2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주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레닌의 동상. 레닌이야 뭐, 러시아의 역사를 얘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 중 하나. 예전 사회주의 국가 나라들을 여행하면 프로파간다의 일환으로 동상을 크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 보이는데..


(우리 학교에도 총장님 동상이..)



레닌 동상 건너편에 있는 박물관 앞에는 추모비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아마 1992년에 몰도바와의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듯 하다. 당시에 1,500명 정도가 사망했다고 한다.



<꺼지지 않는 불>



아까 얘기했던대로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볼만한건 탱크가 있다. 레닌 동상하고 주변에 다 몰려있다.



아이들이 올라가서 놀고 있었다. 다들 여기서 사진 찍던데 나도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사진 한장 남기고 올걸 그랬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 아쉽다.



티라스폴엔 강이 하나 흐르고 있어서 다리까지 구경해볼 생각으로 걸어가고 있으니 강변에 이렇게 보드를 타는 친구들이 있었다.



강에 있는 모래사장(?)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폐쇄적인 느낌과는 다르게 여유가 있는 곳이었다. 



하트 위에 적혀있는 러시아어는 티라스폴.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버스터미널로 걸어가기 전에 남은 돈도 쓸겸 Andy Pizza라는.. (몰도바에서 저녁 먹었던 곳과 같은 프랜차이즈) 가게에 들어가서 디저트를 먹으면서 돈을 쓰고 황급하게 다시 돌아갔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 아마 기차를 타러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었는데 저 짧은 계단을 두고 황급히 먼저 올라가는 군인과 따라가는 아저씨, 그 뒤의 가족들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서 좋았다. 



티라스폴 버스 터미널에 오니까 가게 앞에서 술 마시던 아저씨가 갑자기 키시나우? 택시? 택시? 이런다.

아니, 여기서 키시나우까지 가면 돈도 엄청 깨지겠거니와.. 술마시면서 무슨 택시 운전을 한다는거야..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다.



돌아갈 때도 역시 출국심사를 한다. 입국할 때 받았던 조그마한 종이 서류를 보여주고 여권을 보여주면 된다.

나갈 때는 버스 안에서 확인만 하고 끝나더라.


직원이 올라와서 검사를 하고 내 차례가 됐을 때, 일부러 러시아어로 인사를 했다.

"즈드라스트부이쩨" 사실 정확한 발음은 아닌데.. 이 정도만 해도 대충 알아듣는다.


동양인이 이 나라에 방문하는건 얼마 없는 일이겠지. 여권을 보고 내 얼굴을 한번 보더니 마지막에 살짝 웃으며 영어로 "Good luck"이라면서 여권을 돌려줬다.


그의 Good luck이라는 한마디가 참 기억에 남았다. 유난히 덜컹거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다시 키시나우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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